TheDogLu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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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icasLife

처음에 순두부라는 이름을 가졌던 럭키는 버려졌던 아픈 기억이 있는 유기견이다. 그 녀석이 처음 나에게 온 날부터 하나하나 기억나는 것을 남긴다.


1.1.1. 2004년 8월 11일, 순두부?
1.1.2. 2004년 8월 13일. 뛰어다니는 작은 하얀 강아지
1.1.3. 2004년 8월 14일. 첫날
1.1.4. 2004년 8월 31일. 이름을 바꾸다 Lucky로
1.1.5. 2004년 9월 4일 행복하나?
1.1.6. 2004년 9월 8일. 왜 기운이 없니?
1.1.7. 2004년 9월 10일. 재수술
1.1.8. 2004년 9월 11일
1.1.9. 2004년 9월 13일
1.1.10. 2004년 9월 14일
1.1.11. 2004년 9월 15일.
1.1.12. 2004년 9월 18일. 실밥풀다
1.1.13. 2004년 9월 19일, 럭키 관찰 결과
1.1.14. 2004년 9월 26일, 한강 아침 산책
1.1.15. 2004년 9월 29일, 입에 물고 온 것이 뭐야??
1.1.16. 2004년 10월 3일, 돼지 뼈 하나에 자존심 버리다
1.1.17. 2004년 10월 6일, 사람만 보면 좋아라.
1.1.18. 2004년 10월 9일, 럭키 사진들
1.1.19. 2004년 10월 10일, 아웅..
1.1.20. 2004년 10월 17일, 뜯어놓은 털뭉치되다.
1.1.21. 2004년 10월 29일, 럭키가 낑낑거리는 이유
1.1.22. 2004년 11월 18일, 출장이 럭키에게 준 영향
1.1.23. 2004년 12월 23일, 럭키 시골로 여행하다.
1.1.24. 2005년 1월 9일, 럭키 핀 꼽다.
1.1.25. 2005년 2월 17일, 럭키 미용하다.
1.1.26. 2005년 4월 11일, 아침 잠에 취해서 든 생각 하나.
1.1.27. 2005년 9월 11일, 사과먹는 럭키
1.1.28. 2005년 9월 22일, 럭키 꼬리흔들기와 사람관계의 비교
1.1.29. 2005.12.18 햇살 좋은 날의 사진 한장

1.1.1. 2004년 8월 11일, 순두부?

인터넷에 있는 유기동물 입양사이트 두세개에 입양을 전제로 한 임시보호를 하고싶다는 글을 올렸다. 피니라는 억센 미니핀을 임시보호로 일주일 남짓 데리고 있다가 너무나 짓어대는 바람에 다시 데려다 주고 온 허전함이 너무 심했다. 이번에는 입양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서 내 사정을 상세히 적어서 게시판에 올려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그 글에 "순두부"라는 시츄 유기견 게시물을 살펴 봐달라는 답 글이 달렸다. 그 글로 인해 지금 럭키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게시판에 올라있는 유기견 순두부는 뭔가 한참 넋이 나간 희미한 모습이었고, 조금은 석연치 않은 느낌이었지만, 임시보호를 하고 있는(사실은 데려다가 몇 달동안 피부병을 낫게 한 생명의 은인이다.) 여자분과 통화를 하고 순두부를 먼저 보기로 했다.

처음 피니를 데려온 날은 무조건 나에게 피니를 안겨주고 데리고 가라는 분위기였는데(아마 나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데려오지 않았을 거다. 첫 인상, 솔직히 별로였다. 전혀 정이 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주 신중하게 강아지를 먼저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보였다. 그럼 나도 좋지.. 강아지를 데리고 오겠다고 해놓고 막상 봐서 마음에 안들면 문제잖아.

1.1.2. 2004년 8월 13일. 뛰어다니는 작은 하얀 강아지

토요일은 대부분 일을 하지 않고 집에서 뒹굴뒹굴하는데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비상소집이다. 토요일 툴툴거리면서 출근을 하고선 일을 대충대충하고선 다른 사람에게 Sorry라는 말을 던지면서 집으로 휑하니 돌아와서 얌전히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늦은 7시 정도였던가, 드디어 기다리던 전화가 왔고, 병원에 갔다가 돌아오던 순두부를 만날 수 있었다.

만날 장소를 눈앞에 두고 건널목 건너편에 서서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날씬한 단발머리 여자의 뒤를 열심히 쫓아 다니는 작고 하얀 강아지 한마리가 보였다. 아, 저 녀석이구나. 나와 순두부의 첫 대면이다.

그녀석과 내가 이런 인연이 되리라고 그때는 알지 못했다.

1.1.3. 2004년 8월 14일. 첫날

럭키(순두부)가 나에게 처음 온 8월 14일의 모습이다.

Upload:lucky040814.jpg

잔뜩 겁을 집어먹고 있는 듯한 눈에, 목에는 동물학대방지연합이라는 목걸이까지 차고 온 이 모습.

순두부는 깨끗하게 목욕을 한 모습으로 나에게 왔다. 사진처럼 잔뜩 겁에 질린 채로 말이다. 그동안 많은 곳은 떠 돌아다녀서인지 데리고 왔던 임시보호자가 떠나자 잠시 동안 겁에 질린 눈을 하고 있던 작은 강아지.

그런데, 미리 준비해 놓은 작은 개껌 하나를 주자 냉큼 내 발을 그릇삼아 발을 올려놓고 먹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지금까지 임시보호를 하셨던 분이 "이 녀석, 여기가 편안한가 보다"하며 이런 말을 한다. 유기견 입양을 시켜보면 개가 주인을 고른다고. 가끔 지금까지 아주 얌전하던 강아지가 아주 으르렁대면서 입양자를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천방지축이던 강아지가 순한 양처럼 되는 경우도 있단다. 그러면서 지금 순두부도 여기가 마음에 드는가보다 하면서 한시름 놓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유기견들은 지금까지 고생을 많이 해서 주인에 대한 집착이 강하단다. 그리고 한번 정을 주기 시작하면 더 깊은 정을 주게된다고. 그 기간이 한 일주일 정도 되는데, 그래서 계속 데리고 있을지, 아니면 파양을 할지 빨리 결정을 해야 강아지에게 좋다고 한다. 나에게 럭키를 데려다 준 봉사자는 그 뒤 일주일 동안 계속 전화를 했다. 럭키가 잘 있는지.

1.1.4. 2004년 8월 31일. 이름을 바꾸다 Lucky로

어디서 굴러먹다 들어온 넘인지 모르겠지만, 시추한마리를 옆에다 델다놨다. 혼자 생활의 호젓함이 싫었고, 무서운 TV장면을 보면 소스라치는 내 모습도 싫었고, 많은 사람들이 거닐거나 뛰거나 하는 한강에 혼자 뚱하니 나가 서 있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한동안 고민을 하다가 강아지 한마리를 어디서 구해다 놨다.

그 넘이 이름도 없어서 "순두부"라고 불리다가, 그저께 드디어 이름을 결정했다. "Lucky"라고. 내가 가지고 있는 목걸이 등등을 뒤져서 이쁜 목걸이도 만들어 줬는데, 어제 한강에서 뛰어나니고 나서는 없어졌다. 에궁. 강아지 이름 정하는 것도 쉽지는 않더만. 해피, 럭키, 루키 등등 생각이 많았는데, Lucky라고 한 이유는 하도 내 생활이 생활이라 그넘 이름이라도 부르면 계속 행운이 들어올 것 같아서이다.

그런데, 럭키가 어제는 대형 사고를 쳤다. 마루 한켠에 개어놓은 이불위에다가 큰 것, 작은 것 볼일을 다 봐 놓은거다. 순간 열이 머리 끝까지 뻣치고... 럭키는 몇 대 맞고선 현관앞에서 벌을 서고, 난 이불을 세탁기에 넣고서 빨았다. 그런데, 화가 잠시 불같이 솟았다가 그냥 꺼져버리고, 난 럭키를 데리고 한강 산책을 나간거다. 나 쓸개도 없나보다.

-- Redica 2004-8-31 1:03 pm

1.1.5. 2004년 9월 4일 행복하나?

Upload:lucky1.jpg

럭키의 요즘 모습.. 정신없다. 옆에 있는 사자는 럭키의 저글링 대상이다. 입으로 물고 던지고 난리도 아니다.

-- Redica 2004-9-4 12:04 pm

1.1.6. 2004년 9월 8일. 왜 기운이 없니?

아침 출근하는데, 영 기운이 없어보인다. 넥칼라가 너무 무거운가 한 곳에서만 있고... 에궁.. 이런 것도 골치군. 어제밤에는 행동이 너무 느려 어디 아픈가 했는데, 아침에 보니 그것은 아닌 것같기도 하고. 산책을 가고 싶어하는데, 수술이 덧날까봐 나가지도 못했다. 그리고 비도 왔고. 오늘은 근처에 잠깐 데리고 나가야겠다.
-- Redica 2004-9-8 9:13 am

1.1.7. 2004년 9월 10일. 재수술

아침, 럭키가 계속 주저앉는 모습이 이상해서 수술자리를 들여다봤더니 피고름이 터져 있었다. 수술후 치료를 하는 모습이 영 탐탁지 않더니 결국 일을 내는구나. 뭔가 깨름직하다 싶으면 언제나 일이 터지는 이 놈의 직관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맞아 떨어졌다. 결국 오전 회사를 땡땡이 치고, 마포에 있는 푸짐하고 마음씨 좋은 여자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재수술을 했다.

그 쬐그만 녀석이 일주일만에 두번째 마취주사를 맞고 수술대위에 눕혀졌다. 마취가 되어서도 피부의 신경은 살아있는지 바늘로 실을 뜰때마다 낑낑거렸다. 결국 큰일까지 봐서 엉덩이와 꼬리의 털까지 잘라야 했다. 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좀 깨어나자 나를 보고 약간 꼬리를 흔들더니 다시 푹 퍼져 버린다. 지난번 수술때는 깽하는 소리 하나 없더니 어제는 집 마루에 내려놓자마자 깽깽거리고 난리도 아니다. 그런 녀석을 두고 난 회사로 와야했다. 왜? 짤리면 그 녀석 먹이는 누가 사나.

출퇴근포함 6시간 정도인데, 회사에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거다. 직장맘들이 아기가 아프면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집에 와보니, 수술자리에서는 반창고를 붙여놔서 더러움이 타지 않도록 해둬서 앞번처럼 상처가 그대로 노출되지는 않도록 해뒀지만, 그 자리에는 피가 배어나와있었다. 이 피는 혈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피부에서 나오는 것이라 괜찮다는 설명을 들어서 다행이었지 아니었으면 또 병원으로 달려갔을거다.

하여튼 계속 헉헉대고, 몸에는 열이 좀 있고 나를 계속 쳐다보고 하는 녀석이 안스러워 마루에 이불을 깔고선 일주일 가까이 목욕을 못시켜 개냄새가 풀풀나는 녀석을 껴안고서는 잠을 청했다. 그런데, 잠시 후 좔좔하는 소리가 9시 방향에서 들려오는 거다. 이 넘이 그동안 한번도 하지 않은 짓을 하고 있다. 내가 바로 옆에 있는대도 마루에서 버젓히 오줌을 싸는 거다. 이런.. 결국 이불도 적시고, 나는 신뭉지 몽둥이 찾고, 한밤에 한바탕을 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강아지들은 심술이 나면 뻔히 얻어맞을 줄을 알면서 사고를 친단다. 지금 내가 당한 것이 이것이구나.

한가지 더, 아침에 잠에서 깨서 잠시 안고 누워있었는데, 그 자세 그대로 이불위에서 실례를 또 하더만... 오늘 저녁 집에 가보면 분명히 마루 한가운데 커다란 응가가 있을거다. 군데군데 황칠도 해놨겠지... 으이그.. 아파서 낑낑거리고 있는 거를 보면서 얼마나 안스러워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갚다니. 괘씸하게.

-- Redica 2004-9-10 12:54 pm

1.1.8. 2004년 9월 11일

퇴근 후 좀 늦게 집에 왔는데, 현관문을 여는데 보이지가 않는다. 이런.. 잠시 후,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달려와 깡총거리고 난리도 아니다. 다행.

토요일 오전 병원을 갔야한다. 럭키는 목줄을 목에 감아주자 병원가는 줄도 모르고 현관문 앞에서 꼬리치고 난리도 아니다. 요놈아, 속았지? 난 1년에 한번 병원을 갈까 말까 인데, 이녀석은 병원을 달고 살아야하나.. 병원비, 약값도 장난이 아니더만. emoticon//emoticon-sad.gif 뭐 어쩌냐 이번 수술까지 문제가 생기면 안되니깐. 수술자리 반창고를 떼어내고 소독하고 주사맞고 약을 받았다. 그리고, 귀 안을 청소하는데, 계속 뭔가가 닦여나와서 귀 청소액이랑 연고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선 지금 내 의자밑에서 누워 잠이 들어있다.

어제 예전 내가 일하던 회사에 있는 차장에게 전화를 했는데, 강아지 한마리 갔다놨다 하니 대뜸, "이제 완전히 준비를 하는구먼."한다. 그래, 이런 준비라도 해야하지 않겠어?

-- Redica 2004-9-11 5:50 pm

1.1.9. 2004년 9월 13일

며칠동안 계속 비가 내리고, 그리고 수술이 덧날까봐 바깥에 데리고 나가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어제 저녁 잠시 마트에 가기 위해 옷을 입고 나오는데, 같이 나올려고 난리가 아니었다. 결국 쫒겨나 현관앞 마루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나왔는데, 그동안 혼자 잘 돌아다닌 요랑하고는 지금 당장 혼자라는 것이 너무 어색하다. 그러게 요놈아. 아프지나 말지.
-- Redica 2004-9-13 12:09 pm

1.1.10. 2004년 9월 14일

지난 목요일 재수술을 한 것치고는 상처가 잘 아물어간다. 2주가까이 목욕도 못하고 노란색 넥칼라를 쓰고 있는 꽤죄죄한 모습 사진을 남겨놔야 하는데... 흐흐.

넥칼라를 씌워두면 먹이 먹는 것과 물 먹는 것이 쉽지 않다. 넥칼라가 밥그릇에 걸리고, 다행스럽게도 물은 목욕탕에 있는 넓은 대야에 받아놓아 먹기가 쉽지만, 넥칼라를 물에 담궈서 물을 흘리고 다닌다. 개껌은 줘봤자 발을 사용할 수 없어서 온 방안을 입에 물고 밀고 다녀 온 마루에 침질을 한다. 내가 있을 때는 밥그릇 앞에 앉아서 넥칼라를 벗겨주길 기다리고, 목욕탕 대야 옆에서 나를 흘겨보고 있다. 빨리 안벗겨주고 뭐하느냐고. 수술 전에 넥칼라를 씌워두지 않았을 때는 사료를 남겨 놓고 먹고 싶을 때만 왔다갔다 하면서 먹더니, 지금은 주면 주는대로 다 먹어버린다. 넥칼라를 쓰면 먹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넥칼라를 벗고 있는 지금이 기회라는 듯이 말이다.

순두부라는 우스운 이름에서 럭키라고 이름까지 바뀐 녀석, 점점 털빛깔도 짙어져가는 이 녀석.

한참 내가 장난감인냥 물고 뜯고 난리를 부리다가도, 내가 컴퓨터 앞에 앉거나 마루에서 책을 들고 앉으면 장난을 그만두고 한번 푹~ 한숨을 쉬고 한구석에 가서 얌전히 앉아 자거나 다른 소일거리를 찾아가는 기특한 녀석이다. 그런데, 어제 밤에 내가 보는 앞에서 또 실례를 하는 것은 무슨 심뽀야???

Upload:lucky0914.jpg "나 목욕시켜줘~"

-- Redica 2004-9-14 12:30 pm

1.1.11. 2004년 9월 15일.

럭키가 넥칼라를 벗는 방법을 하나 더 찾아냈다. 그것은, 넥칼라에 자신의 응가를 떡칠해 놓는 거다. ㅠ.ㅠ 시추가 머리 나쁘다고 누가 그랬을까...

1.1.12. 2004년 9월 18일. 실밥풀다

두번이나 수술을 하고나서 드디어 실밥을 풀었다. 당장 목욕을 해도 된다고 해서 2주일만에 목욕을 하고 향긋한 냄새를 퐁퐁 풍기면서 돌아다니고 있다.

1.1.13. 2004년 9월 19일, 럭키 관찰 결과

럭키가 싫어하는 행동이 무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마구 주물러도 가만히 있거나 꼬리치고 오리려 더 놀자고 난리를 부리고, 귀를 잡아당겨도 가만히 있다. 내 앞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한번도 낸 적이 없다. 먹는 것을 뺏어도, 자는 것을 귀찮게 해도 말이다. 내가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그냥 의자밑이나 책상 주변에 길게 늘어져 누워있기만 하고, 책을 읽고 있으면 내 주변에서 늘어져 있다. 그러나, 잠시라도 마루나 침대에 그냥 널부러져 있으면 난리가 난다. 안 놀아준다고.

하루종일 나를 졸졸 따라다니고 어떨때는 내 스탭을 엉기게도 한다. 오늘은 한강에 데려갔는데, 예전과는 달리 목줄이 팽팽해지도록 끌고 다니려고 하고, 줄을 풀어놓으니 보는 사람들마다 다 따라다녔다. 이제 뭔가 안심이 된다는 뜻인가..? 아님 낮에 데려나가서 그런가?

별로 많이 먹이지도 않은 것같은데 통통해져서 그냥 탱글탱글해 보인다.

1.1.14. 2004년 9월 26일, 한강 아침 산책

아침. 7시가 좀 넘자 난리가 난다. 해가 중천에 떴는데 왜 일어나서 자기랑 놀아주지 않느냐고 깨금발로 얼굴만 침대로 드리밀고서 낑낑거리고, 침대보를 물어 끌고 흔들고.

에고, 이녀석아 오늘은 휴일이고 지금까지 힘들었던 이 엄마가 좀 자겠다고 하는데 왜 난리야~

침대에서 벌떡 거리는 녀석을 안고서 잠시 누워있었는데 잠이 다 달아났다. 오늘은 아침에 산책이나 하고, 회사에 잠시 가서 일을 보고, 마트에 가서 먹을 것을 좀 사고 그러고 와야겠다고 하루 일정 계획을 머리에 세웠다. 추섬추섬 트레이닝복을 갈아입고서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집을 나섰다. 그 때가 7시 반쯤 되었을까.

추석연휴라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향해갔는지 한강은 여느때와 다르게 한산했다. 며칠동안 집밖 구경을 하지 못한 럭키는 연방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연방 정신없이 뛰는 듯하지만, 방향은 한강을 향해 가고 있다. 얼마전까지는 내가 오는지 안오는지 바로 옆에서 졸졸 따라다니더니 이제는 조금씩 용기가 생겼는지 한 5~6미터 정도는 떨어져 있다가 달려오기도 한다. 한산한 연휴이고 사람도 그다지 많지 않고... 오늘은 여느 때와는 달리 선유도 공원 들어가는 다리를 넘어서까지 갔다 왔다. 그리고 잠시 선유도에도 들렀다.

선유도가 개장된지 한 1년이 넘었을까.. 처음 개장되었다는 말을 듣고서 찾아갔을때는 휑당그레하더니 이제는 제법 공원티가 나기 시작한다. 나무들도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고 잔디들도 많이 어울어져 있었다. 선유도에 들어가는 입구에는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 등은 출입을 금한다는 말과 함께 애완견의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표시가 있었다. 얼마전 신문에서 일산호수공원에서는 애완견 출입을 통제하고 출입하더라도 끈의 길이가 2미터를 넘지 못하게 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조만간 여기도 그렇게 출입이 금지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움이 생겼다. 사람만이 살기좋은 세상이 좋은 세상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고.

선유도로 들어가는 다리위에서 슈나우저를 데리고 있는 일단의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데 그 슈나우저가 다리위에서 큰 볼 일을 보는 거다. 황당해하면서 서있는 사람들. 개를 데리고 나오면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나보다. 다행히 내 주머니안에는 충분하지 않지만 몇장의 휴지가 있어서 건내줬다. "차에 휴지를 가지고 나오려고 하다가 그냥 나왔더니.." 머리를 긁적이면서 남자가 말했다. 그러게 미리 준비를 하지..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개가 무슨 잘못이 있어. 사람이 문제지. 럭키를 데리고 다니는 내 주머니 속에는 언제나 작은 비닐봉지 하나와 휴지 몇 장이 들어있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 손에는 어김없이 럭키의 볼일이 들려있다. 집안에서 볼일은 이제 거의 완벽하게 베란다 신문에서 가리기에 별 걱정이 없다. 가끔 심술이 나면 이불 위에 실례를 하는데,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일을 벌린다. "나를 아프게 했지, 괘씸하다."하는 듯이 말이다. 귀 청소한다고 아프게 했거나 등등.

아직 채 마르지 않은 한강 공원의 잔디위를 뛰어다니느라 럭키의 발과 배는 모래와 흙이 달라붙어 흙탕이 되어버렸다. 한강가에서 한가로이 먹이를 쪼아먹고 있는 비둘기들에게 달려가기도 하고, 한참 다른 것에 정신일 팔려있다가 나를 찾아 달려오기도 하고.

내가 돌봐야될 작은 생명이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1.1.15. 2004년 9월 29일, 입에 물고 온 것이 뭐야??

평소와는 달리 며칠동안 하루종일 집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침대와 TV가 있는 거실만을 왔다갔다하다가 가끔 작은 방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내가 신기한가 럭키는 하루종일 내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

늦게 일어난 아침에 마루에 뭉개져서 TV를 보고 있는데, 베란다에 나가서 창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던 럭키는 그대로 뒤 돌아서 응가를 하러갔다. 엉거주춤 포즈를 잡고 응가를 한바탕하고 나서 다시 베란다 창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 모습을 내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그냥 빤히 쳐다보자 잠시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다시 지가 싸 놓은 응가로 가서 킁킁 냄새를 맡는다. 그러더니 쬐그만 응가를 입에 물고 거실로 들어와서는 그 것을 내가 잘 보도록 떨어뜨려 놓는거다. 그러면서 나를 보고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짓이야? 다시 신문지 몽둥이가 공기를 가르고 럭키는 깨갱거리면서 도망다니고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이 녀석이 안하던 짓을 하네. 시츄가 배변을 먹는 습성이 있다더만 이게 그거야? 이러면 안되지이~~~ 하는 생각에 신문지 몽둥이를 들었고, 럭키는 연신 도망다닌다고 정신이 없었다.

한바탕 깨갱 파티가 있고나서 한구석에 쳐박혀 있더니 다시금 살금살금 내 눈치를 보고서 까우뚱거린다. 난, 이녀석 또 그랬단봐라하는 듯 눈을 흘기면서 간식 하나를 꺼내줬다. 얻어맞았다는 기억도 없이 내 허벅지에 지 엉덩이를 들이 밀고서는 잘 먹더만.

그런데 잠시 후 좀 다른 생각이 드는거다. 럭키가 베란다에서 볼 일을 잘 보는 것이 눈에 띄면 난 언제나 박수를 치고서 쓰다듬어 줬다. 그런데 아침에는 럭키가 응가를 하는 것을 보고서도 그냥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만 봤던거다. 그렇다면 럭키는 "당연히 내가 칭찬을 받을 짓을 했는데 왜 저 인간은 가만히 있지.. 그랴, 베란다 유리 때문에 내가 응가한 것을 못 봤을거야. 그럼 내가 알려줘야지." 하고서 지 응가를 입에 물고 내가 볼 수 있도록 마루에 늘어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ㅠ.ㅠ

개 한마리 키우면서 내가 무슨 추리소설 작가나 심령술사라도 된 듯 하다.

1.1.16. 2004년 10월 3일, 돼지 뼈 하나에 자존심 버리다

일요일.. 오늘도 또 출근이다. 뭔놈의 일은 해도 해도 산인지 이제 그만 하산을 하고 싶은데도 마음뿐, 머리 속에는 늘 회사 책상위에 남겨져 있는 서류들이 휙휙 날라다닌다. 아무래도 머리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파리채나 잠자리채를 구할 수 있는 상점을 구글로 찾아봐야겠다.

농담은 그만하고..

어제는 하루종일 럭키와 뒹굴다가 오늘은 아침 10시가 좀 넘은 시간에 출근을 해서 미처 정리하지 못한 캐캐묵은 서류더미를 뒤지다가 찢어버릴 것은 찢어버리고, 또 정리하고 새로운 쓰레기를 만들기도 하고서 4시 반까지를 보냈다.

토요일은 간간히 두세명은 더 출근을 하는데, 일요일은 그나마도 출근을 하지 않는다. 난 회사에 차를 가지고 올 수 있는 일요일 출근을 선호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요일 출근은 너무나 피곤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요일 출근을 하는 사람은 팀장과 내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팀장은 3개월의 기나긴 교육을 받기위해 인화원이라는 경치좋고 물좋고 공기좋은 곳으로 요양을 떠났기에 일요일은 대부분 나 혼자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늘은... 대리 한 사람이 더 출근을 하더라. 겨우 세시간동안 모니터를 보면서 중얼중얼(뭔가 십원짜리 단어도 조금씩 들리기는 했다.. ㅠ.ㅠ)하더니만 "먼저 갑니다." 한마디를 남기고 쌩~하니 사라졌다.

사무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토닥토닥 키보드를 치면서 음악을 듣는 기분은 안해본 사람은 모른다. 하여튼 혼자서 뭔가를 토닥거리다가 건축과로서는 국내 최고의 곳을 이제 졸업하려하는 사촌동생이 졸업작품전을 한다기에 대학로로 향했다.

중간에 또 사고를 쳤지. 집에서 나오는데 뭔가 아쉽다는 생각을 했는데, 결국은 지갑을 집 식탁위에 얌전히 올려놓고 그냥 온거다. 어쩌나... 가지고 있는 돈이라고는 회사업무수첩에 음료수를 대접하기 위해 비상으로 가지고 다니는 천원짜리 한 장 뿐. 그 돈으로 뭘하나 싶어 동생에게 내일 가겠다고 전화를 했는데, 그 동생왈 "내가 돈 빌려줄께 저녁 사아~" 에구.. 이런 죽어도 내가 사겠다는 말은 안하는구나. 치사하다. 뭐 어쩌냐,, 저녁을 사겠다고 이야기 한 것은 나니깐. 가지 뭐.

대학로 전시관에서 사촌동생이 몇날며칠 날밤을 까면서 만들어 둔 작품을 감상하고, 전시되어 있던 판넬 중 두 개를 낙찰받고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누가 밥 사줄 때까지 기다렸다는 사촌동생을 앞세우고 TGI Friday를 갔는데, 솔직히 말하면 난 그런 family restaurant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값에 비해 맛도 별로 모르겠고, 양도 많지 않고.. 먹고나면 느끼하고. 그러나,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처럼 사촌동생은 TGI를 가서 스테키를 먹기를 원했고 저녁을 사주는 판에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주장할 수는 없으니깐.

TGI에서 먹은 음식 중에 Rib이 있었다. 돼지 갈비살 부분을 소스를 발라 구운 것인데 손가락만한 뼈에 살이 붙어있어 뜯어먹게 되어 있는 음식이다. 양이 꽤 많았는데 뼈가 한 열댓개 나왔다. 음식을 거의 다 먹고나서 그 뼈롤 싸달라고 하니 군소리없이 이쁜 포장팩에 넣어준다. 다먹고 버릴 음식을 이쁜 포장에 받고나니 기분이 묘했다, 그 포장팩을 본 사람들은 저 속에 무슨 맛나는 것이 있을까 싶었겠지??? ㅎㅎㅎ 그런데 이 것은 개밥이라오.

사촌동생을 집까지 데려다 주고, TGI포장팩을 달랑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여니깐 여전히 정신없이 뛰는 럭키 녀석. 하도 꼬리를 치고 난리를 부리기에 포장팩 속에서 뼈다귀 하나를 짚어서 물려줬는데, 처음 맛보는 것이라서 그런지 킁킁 냄새만 맡아본다. 어라, 이것을 싫어하는 개~가 있나 하는 생각도 잠시, 뼈다귀를 물고 끌고 난리를 치는거다. 내가 빼앗아도 절대 뺏기지 않으려고 하고, 내가 잠시 뼈다귀를 놓고서 럭키 방석을 찾으러 갔다온 사이에 뼈다귀 물고 숨는다고 정신없다.

에헤~ 이런 모습 처음이다. 아마도 생전 처음으로 이런 맛나는 것을 먹어본 것처럼 말이다. 두 앞발에 뼈다귀를 끼우고 가끔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면서 또 가끔은 꼬리 치는 흉내도 내면서 열심히 오도독거리면서 깨물어 먹기에 온 정신이 팔려있었다. 밥그릇에 사료를 부어주고 잠시 방안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그동안 사료를 먹다가 내가 나오는 소리가 들리자 다시 냉큼 방석위에 놓여 있던 뼈다귀로 달려간다. 마치 다시는 이 맛나는 것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다.

평소에는 먹을 것 다먹고 나면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다가 내 발치나 문턱에 턱을 대고서 누워있을 텐데, 오늘은 사료도 다 먹고 뼈다귀도 다 먹고 배가 충분히 부를텐데 자꾸 눈 앞에서 얼쩡거리고 눈을 깜박이고 장난을 치려고 하고 하여튼 이쁘게 보이려고 별짓을 다 한다. 평소에는 컴퓨터 의자 밑에 누워서 의자가 조금이라도 움직거리면 귀찮은 듯이 어기적거리더니 오늘은 조금만 움직여도 벌떡 일어나 꼬리를 흔든다. 그리고, 지금은 장난감 물고와서는 내 앞에 내려놓고 꼬리 흔들고 있다.

야 럭키, 뼈다귀 하나에 그렇게 사나이 자존심이 무너지면 어쩌냐??

1.1.17. 2004년 10월 6일, 사람만 보면 좋아라.

럭키는 사람에 대한 겁이 없다. 귀와 등에 털이 다 없어질 정도로 심한 피부병을 가질 정도면 유기견 생활을 한참이나 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돌팔매질이나 발길질을 당했을 법한데도 럭키는 사람만 보면 좋아라하면서 달려간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에게 다 달려가는 것은 아닌 듯하다.

'내가 꼬리치면서 달려가면 나를 쓰다듬어 줄거야'하는 듯 오가는 사람들은 한번 쓱 스케닝을 하고선 목표를 정해 꼬리를 치면서 달려간다. 운좋게 머리라도 쓰다듬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머리를 높이 들고 냉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꼬리를 더 힘차게 흔든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내 갈길을 걸어가고, 조금 거리가 멀어지면 "럭키~!"하고 이름을 부르는데, 그럼 나를 쳐다보고 사람들을 한 번 더 쳐다보고 헥헥거리면서 달려온다. 럭키가 나에게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더 좋아라 하더만. 럭키가 나에게 못오게 그쪽에서 박수를 치고 해도 럭키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옆으로 와서 다시 길을 재촉한다.

그런데 만약 꼬리를 열심히 흔들고서 사람들에게 다가갔는데, 무서워하면서 피하거나(대부분 애들이다.) 본체 만체 하면 금방 꼬리를 내리고 나에게 돌아온다. 그 모습이 마치 주인을 버려서 미안해하는 듯하다.

몇 번 한강에 산책을 나가면서 한강가에서는 목줄을 풀어놓아 마음대로 다니게 해줬는데, 알게 모르게 사람들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같이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무서워하는 사람들, 싫어하는 사람들은 개가 마음대로 다가오는 것이 얼마나 싫겠는가. 물론 나의 경우 럭키가 없을때는 그런 강아지가 나에게 와주지 않아서 화가 났었지만.

처음 유기견을 집에 데려오면 잘 잊어버린다고 한다. 아직 주인과 친해지지 않아서 불러도 오지 않고 제멋대로 가버려 또다시 유기견 생활을 하게 된다고. 그래서 럭키가 처음 왔을때는 목줄을 해 줬었다. 목에 단단하게 채워서 잘 빠지지 않도록. 그러다가 얼마전 이쁜 보라색의 등줄을 사왔는데, 오늘 처음으로 채워서 나가봤더니 너무 크다. 등줄을 살때 작은 것도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색상이 없어서 큰 것으로 사왔더만 아무래도 더 작은 것으로 사야할 듯하다. 아, 또 돈나간다.

지금 키보드 치고 있는 나를 빤히 쳐다보는 럭키 녀석. 나에게 온지 두달이 다되어 가는데 털 손질을 못해줘서 (그냥 그대로 길러버려서) 지금 완전히 털복숭이다. 그런데, 그 털의 감촉이 너무 좋다. 그냥 이참에 컨테스트에 나가는 시추처럼 털이 바닥에 질질 끌리도록 길러볼까?

1.1.18. 2004년 10월 9일, 럭키 사진들

/LuckysPhotos

1.1.19. 2004년 10월 10일, 아웅..


지금 이녀석을....

이렇게 만들어 보는 것은 절대 불가능일까나...?

1.1.20. 2004년 10월 17일, 뜯어놓은 털뭉치되다.

여기저기 똥냄새 풀풀 풍기면서 굴러다니는 럭키를 보면서 한숨을 푹, 쉬게 된다.

털은 길어서 럭키가 시츄종인지 아니면 뭔 똥개인지 완전히 구분이 불가능하고, 위생배변판 덕분에 오줌에 발이 젖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럭키는 목욕한지 하루만 지나면 꼬롬한 냄새가 스며들기 시작한다. 이유인 즉슨 입으로 자신의 응가를 물고 던지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하기에 럭키의 응가를 배편판위에 발견 즉시 치우지 않으면 그 응가는 어김없이 마루 한구석에 조각조각 나서 뒹굴고 있다. 퇴근때 마다 어김없이 보이는 현상이다.

"내가 말야, 주인 잘 만났으면 매일 목욕에 산책에 다 할 건데, 이번주 일주일 내도록 쥔장이라는 여자는 뭘하고 돌아다니는지 아침에 나가면 그 다음날이 되어야 들어오고. 게다가 날도 좋은 토요일에는 하루종일 침대에서 뭉게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잠시 일어나서 한바탕 냄새를 피우면서 난리를 치다가 10시쯤에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가네.

참, 개팔자 상팔자라더니 지금 내 팔자는 완전 감옥에 갖힌 수형자 생활이다."

이상이 나를 쳐다보는 럭키의 머리속에 떠돌아다니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작은 애견미용기로 정리를 좀 했다.ㅠ.ㅠ
하여튼 토요일을 그렇게 정처없이 보내고 일요일 아침, 내 눈에도 럭키는 한없이 한심하게만 보였다. 길어서 폭신폭신한 털에, 눈에는 눈물이 말라붙어 꼬장꼬장하고, 입주변에는 지금까지 껌을 씹어먹으면서 흘린 침자국이 덕지덕지다. 아웅... 나도 참 지저분하게 살지만, 럭키 넌 너무 심하다.

어차피 예방주사도 맞아야 하고, 내친김에 미용까지 하자 싶어 병원에 전화를 했는데, 아...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는거다. 오늘이 쉬는 날인가... 이런...

그럼, 방법은 하나. 강아지용애견미용기(일명 바리깡)을 사서 직접 해보지 뭐. 그러곤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서 하나 주문을 했다. 앞으로 이틀 쯤 있으면 도착할거다.

한 4시쯤 되었나... 럭키의 눈앞에 길게 자라있는 털이 아무래도 성가셔보인다. 게다가 눈물이 좀 많이 흐른다 싶으면 그 긴 털이 눈에 들어가 있는거다. 그래서리.,.. 가위를 들고서 럭키 눈앞의 털을 잘라줬다. 에게게. 뭔가 이상하다. 눈앞에 털은 짧은데 뒤 털은 길다.. 그럼 뒤도 잘라야지... 이렇게 시작된 럭키 털 자르기가 온 몸으로 전이되고 말았다. 잘라진 럭키 털이 휴지통 한 가득이더만.

아마 가위로 머리를 잘라본 사람들은 알거다. 앞머리 약간만 잘라야지 하고 자르면 오른쪽이나 왼쪽이 더 길다. 그럼 그쪽을 더 자르게 되고, 그럼 균형맞춘다고 더 자르고. 결국 몽땅머리가 되고 마는 거.

가위질을 끝내고 난 럭키의 모습은 마치 뜯어놓은 솜뭉치같이 되어버렸다. 다행히 귀와 꼬리는 털을 남겨놔서 아쉬운대로 시추의 모습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럭키를 쓰다듬어보면 부드럽게 술술넘어갔는데, 지금은 쓰다듬으면 뭔가 울퉁불퉁한 뭉치가 잡힌다. 여기는 길고, 어디는 짧고. 혹시나 목욕을 시키면 좀 나아질까 싶어 삼푸하고 린스하고 열심히 말리고 빗었는데 결과는 더 참담했다.

그 결과가 한심하면서도 얼마나 웃긴지 혼자 에궁 어쩌나 하면서도 깔깔거리고 있는데, 럭키는 그래도 몸에 털이 많이 없어져 가벼운지 완전히 지 세상같이 온 마루를 뛰어다니고 애교를 부린다고 정신이 없더라.

앞으로 럭키 산책을 나가려면 며칠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ㅠ.ㅠ 그전에 바리깡이 도착해야 할 건데... 그럼 등이라도 깨끗하게 만들수 있겠지...

아, 사진을 찍었는데, 같이 올려놔야겠다. 얼마나 한심한 결과인지.

1.1.21. 2004년 10월 29일, 럭키가 낑낑거리는 이유

요즘 럭키 이야기가 뜸해지는 이유를 나름대로 찾아봤다. 럭키가 나에게 온지 70일이 지났고, 이제는 거의 내 가족이 되어서 나로서는 그다지 궁금해 하거나 신기한 것이 점점 없어지는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처음에 럭키를 볼때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내가 이름을 부르면 달려오는 것도 신기했고, 오줌을 누는 것도, 응가를 하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모든 것이 신기했다. 럭키를 안을때마다 느껴지는 포근함도 너무나 좋고 신기했고, 장난감 인형을 물고 흔들고 다니는 것도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이쁘고, 설거지를 한다고 부엌에 서있으면 옆에 와서 네다리를 쫙펴고 발치에 누워있는 것도 신기하고 이쁘기만 했다.

그러다 같이 지낸지 70여일이 지나자, 그 이쁨이 이제는 당연한 것이 되어가는 듯하다.

곁에 와서 꼬리를 치는 것도, 그래서 안고선 얼굴이나 귀에 바람을 불어넣는 것도 (물론 럭키는 깨물듯이 입을 벌리고 찡그리고 얼굴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고 정신이 없지만), 아침마다 자명종 소리에 침대옆에서 깨금발을 하고서 안아달라고 칭얼거리는 것도 이제는 나의 한 일상이 되었다.

아, 처음 데려 왔을 때는 하지 않던 행동 하나를 하는 것이 생겼다. 그것은 뭔가 바라는 것이 있을 때 낑낑거리면서 나를 쳐다본다는 거다. 내가 손에다 간식거리를 들고 있거나, 의자에 앉아 뭔가를 하고 있으면 그 자리에 앉아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꼬리를 흔들고 그리고 낑낑거리기 시작한다. 물론 큰 소리가 아니라 내가 겨우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소리로 말이다. 또 목욕을 한다고 욕실문을 닫고 있으면 문을 한두번 살짝 긁다간 한두번 끙 하는 소리를 내곤 그 앞에 엎드려 있다. 그리고 또 가끔은 큰 소리로 한숨을 쉬기도 한다. 이건 내가 한숨 쉬는 것을 배운 것이 아닐까 하는 작은 자책감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가끔이지만, 사실 가끔인지 잘 모르겠다. 한숨을 부지불식간에 나오는 것이니깐. 그걸 럭키가 늘 듣고 있는 것은 아닐까...

럭키가 낑낑거리는 것은 이제는 뭔가 어리광을 부려도 받아들여줄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기때문이라고 의사선생님이 그러신다. 이제 내가 너와 함께 있는 것이 나뿐만 아니라 럭키 너에게도 당연한 것이 되었다는 말이지...

다음 주말부터 약 10일간 집을 비운다. 그동안 아는 회사 후배에게 럭키를 돌봐달라고 부탁을 해두기는 했는데, 그 후배가 럭키를 잘 돌봐줄 거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동안 럭키가 또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래도, 동물병원의 애견호텔 (호텔이라고 해봤자 작은 케이지일 뿐이지만.) 안에 갖혀있는 것보다는 나을거라는 생각에 부탁을 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한번 버려져 길거리를 헤맨 기억이 있는 럭키에게 그 것은 또 다른 짧은 고생이 아닐까 싶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는 것도 힘들고... 그동안 럭키가 잘 지내기만을 바랄 뿐이다.

1.1.22. 2004년 11월 18일, 출장이 럭키에게 준 영향

출장기간 동안 럭키를 소위 말하는 애견호텔에 맡겨두었었다. 럭키를 보아주겠다고 했던 회사후배에게 갑자기 일이 생겨서 럭키를 보아주기 힘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출장 전날 부랴부랴 평소에 다니는 병원에 연락해서 럭키를 맡기고 돌아왔다.

내가 데리고 있는 동안 집에는 혼자 있었어도 병원에 이렇게 두고 오는 것은 처음이다. 병원에는 잠시잠시 들러서 수술을 하고, 주사를 맞고, 진찰을 하기는 했었기에 눈에 익을 터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럭키 녀석은 간호사에게 안겨서 잠시동안 이 주인이 뭐하나 싶은 눈길로 나를 멍히 쳐다보더니 이내 포기하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간호사에게 안겨서 나를 멍히 쳐다보던 럭키가 출장기간 내내 마음에 걸렸다. 출장이 끝나가자 내 피붙이인 부모님이나 조카, 동생이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럭키만 눈에 아른거리는 거다. 이제 럭키가 내 가족이 되기는 한가보다.

럭키는 대체로 건강한 것 같다. 그다지 아픈 곳도 없어보이고, 의사도 건강할 거라고 했다. 그런데, 하나 눈물을 많이 흘려서 눈 밑은 언제나 축축하게 젖어있고, 눈물이 흐른 곳의 털은 갈색으로 변질이 되어 있다. 의사는 누관을 뚫어주거나, 눈물샘을 없애거나, 새로운 누관을 만들어주는 등의 수술을 하는 것이 나을거라고 한다. 눈물이 흐르는 것을 계속 방치하면 눈밑이 헐어서 털이 다 빠지는 등 문제가 될 수 있단다. 지금 다니고 있는 병원이 그렇게 과도하게 치료를 하는 곳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만 제안을 해주는 곳이기에, 그리고 푸근하고 믿음직한 여의사이기에 그 말을 듣기로 했다. 역시 무슨 일을 하던간에 믿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닿는 순간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믿음을 줬던가... 갑자기 궁금해지네.

앞으로 털이 빠지는 등의 문제는 럭키의 문제고 나는 솔직히 맨날 눈물이 흘러서 축축하게 젖어 있고, 또 냄새가 나는 것이 싫었다. 순전히 개의 입장이 아닌 인간의 입장에서 수술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럭키의 입장에서 다시 마취를 당하고 또 몸에 칼을 대는데 좋은 것이 뭐 있겠는가. 5Kg도 안되는 쬐그만 녀석이 마취를 당해 수술대 위에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뭐 어찌되었든 출장가는 아침, 공항에서 병원으로 연락을 해서 내가 없는 동안 잘 보살펴 달라고, 그리고 수술을 부탁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출장에서 돌아온 날, 집에 도착하자 마자 짐을 현관에 팽게치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내 그런 모습 뒤로 엄마의 잔소리가 따라왔다. 피곤한데, 강아지부터 먼저 챙긴다고 말이다. 물론 전화로.

동물병원마다는 한마리 혹은 두마리 정도 키우는 개들이 있다. 이 병원에도 물론 한마리가 있는데, 아가타 종류라고 한다. 이름은 차콜인데, 이름만큼 온 몸이 시커먼 흑탄색이다. 그 녀석은 사람이 가면 짖다가 뛰다가 난리를 치는 녀석이다. 별로 귀여운 짓도 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차콜이 나를 먼저 알아봤다. 럭키는 보이지 않고 어디 구석에 있나보다.

럭키는 얼굴을 조금 다듬었고, 눈 사이의 털을 다 밀고, 눈 밑에는 가느다란 수술자국이 있고, 여전히 하얀 캡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못.생.겨.진.거.야?? 수술때문에 눈은 부어있고, 게다가 털까지 밀어서 양미간이 한발이나 멀어보이고, 그 덕분에 시츄같은 모습은 없고 완전히 못난 퍼그가 한마리 나를 쳐다보고 있는거다. 게다가 나를 봐도 본체만체, 병원 간호사만 쫒아다니더만. 이녀석 이렇게 배신을 하다니... 야, 나야 나, 벌써 잊어버린 거야??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도 고개를 푹 숙이고있다가 가끔 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이게 정말.

결국 집안에 데려다 놓자 마자 꼬리를 바짝 치켜들고 온 집안을 왔다갔다 하더니 어느 틈엔가 주방 한가운데 질펀하게 오줌을 쏴~하고 누고 나더니만, 꼬리를 치면서 애교를 부리기 시작한다. 그래 버려놓고 사라졌다고 심술났다 이거지. 그 모습을 보고선 얼마나 웃었던지. 완전히 세살먹은 애가 심술부리는 것 같았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럭키는 병원에 있는 동안 사람이 잠시라도 보이지 않거나, 케이지에 가둬 놓으면 계속 하이소프라노로 짖어댔다고 한다. 내가 집에 데리고 있는 동안에는 중성화 재수술을 하고 와서 아픈지 깨갱거리면서 잠시 짖어댄 적은 있지만,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짖은 적은 없다. 혼자 집에 두고 올때도 낑낑대는 소리도 낸 적이 없는데 말이다. 럭키가 한번 유기견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좁은 곳에 가둬져 있는 것을 너무나 싫어하고, 낯선 곳에 혼자 있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는 것같다고 의사가 설명을 해줬다. 럭키가 유기견 생활을 하건 몇개월 전이었을 건데, 그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나보다. 그래서인지 병원에 갔다온 뒤에 애교가 더 많아졌고 꼬리를 흔드는 회전수가 더 많아졌고, 회전반경이 더 커졌다. *^^*

어쨌든 수술은 잘 된 것 같고, 다음 주에는 실밥을 풀 수 있을 것 같다.

아, 캪을 쓰고 있는 럭키가 개껌을 먹는 방법을 터득했다. 캪을 쓰고 있는 동안에는 앞발을 사용할 수 없기에 개껌 등 잡고서 먹어야 하는 것은 먹기가 힘들다. 그래서 럭키가 쓰는 방법은.... 개껌을 물고선 내 앞에 얌전히 앉아있는거다. 꼬리를 뭐같이 흔들면서 말이다. 개껌을 손으로 잡아달라고.

이제 수술자리 부기가 빠지면서 예전의 검고 초롱한 눈으로 돌아오는 중이고, 그런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꼬리를 연방 흔들고 있는 작은 강아지를 상상해보기를. 그 강아지가 물고 있는 개껌을 잡아 들고 있는 것이 뭐 그리 어렵겠는가.. 덕분에 어제도 늦은 귀가에 개껌 들고 있기까지 하고 났더니 12시가 훌쩍 넘더만.

1.1.23. 2004년 12월 23일, 럭키 시골로 여행하다.

무에 그리 바쁜지 몇 달을 벼르다가 지난 주 시골집에 다녀왔다.

그동안 기차나, 버스를 타고 다녔었는데 이번에는 과감하게 차를 끌고 내려갔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럭키때문이다. 이번에 럭키를 옆자리에 태우고 갔다왔다는 말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어디를 가겠다고 하면 어김없이 그 전 날은 일이 늦게 끝난다. 혼자 해야 할 일이 많다면 그냥 나 몰라라하고 가버리겠는데, 이넘의 일이 꼭 회식이나 웍샵이나 그런 일이다. 이번 시골길 앞날도 어김없이, 한해를 마무리한다는 송년회 일정이 잡혔다.

원래 계획은 금요일 저녁 출발이었으나, 송년회에 참석해서 그게 그렇게 되나. 술을 한잔도 마시지 않고 3시간을 넘게 남들이 술마시고 서서히 망가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나는 거의 초죽음이 되어 버렸고, 중간에 빠져 집에 들어온 것은 11시가 다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내일 아침 출발하지. 하고선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토요일 아침. 집에서 8시가 좀 못되는 시간에 출발했다.

럭키는 차 타는 것을 싫어한다. 왜냐하면... 차만 타면 병원으로 갔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목줄을 감아주자 그 당시는 좋아하더니 차가 있는 지하실로 내려가는데는 종종걸음이 느려지더만...

차를 타고 출발.. 뭔가 불안한지 계속 킁킁거리고 나를 올려다보고 그런다. 이 넘아.. 오늘은 병원 안 가.

토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고속도로는 진입하는 곳이 잠시 붐비더니 그런대로 한적했다. 간만에 고속도로에서 쭉쭉 나아가도록 운전을 하자니 뭔가 뭉쳐있던 것이 풀어지는 기분이다. 내 인생도 이렇게 앞으로 뻗어있는 탄탄대로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하나 묶어져 있는 끈은 왜 풀릴 줄을 모르는지.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첫 휴게소를 지나치고, 두번째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피곤한지 눈거풀이 계속 무거워졌고, 또 커피도 마시고 싶었다. 시럽을 너무 많이 넣어 맛을 반감시킨 카푸치노 한 잔을 사들고 럭키를 밖 화단에 내려놨다. 이녀석 한참 웅크리고 있더니 뭐가 좋은지 또 줄행랑을 친다.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나를 쳐다보고, 조금씩 뛰는 반경이 커지더니 이제는 거의 20여미터를 떨어져 돌아다닌다. 다행히 아직 도로로 뛰어드는 무모함을 보이지는 않는다. 한참을 그렇게 뛰더니 큰일과 작은일을 번갈아보고서 내 앞에 와서 꼬리를 치고 있다.

귀여운 녀석.

시골집에는 1시 가까이 되어서 도착했다. 경부고속도로는 군데군데 길을 정비한다고 공사판이었고, 구마고속도로 영산톨게이트로 빠져나와서 부곡까지의 길은 변함이 없었으나, 부곡에서 시골집까지의 길이 바뀌어 수산으로 돌아서야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었다.

간만에 도착한 시골집은 여전히 그대로 였다. 그래도 처음 부모님이 들어가실 때 보다는 많이 가꿔졌지만, 그 가꿈의 수준은 도시의 정형화되고 화려한 꾸밈이 아닌 생긴 그대로를 보전하면서 잠시잠시 손을 본 수준으로 어찌보면 그래서 더 친근한지도 모르겠다.

몇시간을 차에서 시달리다가 밖에 내려놓으니 완전히 럭키 지 세상이다. 내려놓자마자 주차장이랑 계단위 잔디밭이랑 이리뛰고 저리뛰고 정신없이 돌아댕기고, 풀더미 속에 들어앉아 온 몸에 도깨비풀을 붙여서 나오지를 않나, 지 몸의 10배가 넘는 개 앞에서 알짱거리지를 않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고 그 말이 딱 맞다. 날도 그다지 춥지 않아 따뜻하고..

잠시 짐을 옮기고 한다고 밖 베란다에 매어 놓았더니 낑낑거리고 난리도 아니다. 그래서 집안에 들여놓았는데, 여기 시골집은 완전히 제 집인양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에 드러누워 버렸다. 다른 곳에 가면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 다니고 하는 녀석이 말이다.

그리고 또 신기한 것이 처음 도착해서 목욕탕 한 구석에 밥그릇이랑 배변판을 가져다 두고 그 곳에 안고 가서 잠시 앉혀 뒀었는데, 그 뒤에 목욕탕 문이 닫기면 그 앞에서 낑낑거리고 있는 거다. 그러다 문을 열어주면 들어가서 오줌을 누고 말이다. 그거 참 신기하데.. 한번 가르쳤는데 어찌 아는지. 혹시 싶어서 서울 집에 돌아와서도 배변판을 목욕탕에 가져다 두었는데(겨울이라 베란다 문을 열어두면 추우니까, 목욕탕으로 배변 장소를 옮기고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서울 집에서는 어김없이 닫겨있는 베란다 유리창 앞에 실례를 하더만. 으이그..

따뜻한 창가에 앉아있다가 유리창 앞으로 사람이 지나가는 것이 보이면 그냥 멍히 쳐다보다가, 파다닥 뛰어서는 현관 앞으로 가서 꼬리를 치면서 앉아 있다. 혹시 이녀석이 서울에서 내가 퇴근하고 들어오는 모습도 이렇게 쳐다보고 있는 거 아냐? 7층 베란다에서 밖을 하염없이 보다가 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서 말이다.

이틀을 그렇게 지내고, 서울로 돌아와야 하는 날, 다시 짐을 챙기고 나랑 엄마랑 왔다갔다 하고 부산을 떨고 있는데, 이녀석 행동이 이상하다. 그동안은 내가 집 밖으로 나가건 말건 신경도 쓰지 않던 녀석이 갑자기 내가 보이지 않자 난리가 나는 거다. 이리저리 나를 찾아다니고 말이다. 그걸 보시더니 엄마가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이녀석이 너를 주인으로 생각하기는 하나보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올라오는 길은 새로 뚫린 중부내륙 고속도로로 왔다. 서울 근처에 도착한 시간이 5시반. 퇴근시간 정체 때문에 서울 근처를 이리저리 돌아서 집에는 7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다. 그동안 럭키는 멀미로 몇 번을 토하고.. 그리고 축 쳐져 있었다.

그.러.더.니... 차에서 내려놓자마자 집은 먼저 찾아들어가고, 집안에서는 어김없이 팔딱거리고 뛰고 난리다. 그래 집에 왔단 말이지.

단 사흘이었지만, 그 사흘이 지나고 나서 럭키의 눈 빛이 조금 바뀐 것을 느낀다.

처음 출발할 때는 뭔가 불안한 눈빛이 보였는데, 아무래도 병원에 가는 줄 알았나보다. 그 뒤 세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는 중에는 그 불안한 눈빛이 더 심해졌다. 그러다 시골집에 가서는 아주 편안한 눈빛이 되더니... 서울로 돌아오는 동안 멀미로 쳐져 있다가 서울집에 도착하고 나서는 그 이전보다 더 편안한 눈 빛이 되었다.

이제 이 주인이라는 인간이 나를 버리지는 않을 건가 보다... 뭐 그런 생각이라도 든 걸까..?

1.1.24. 2005년 1월 9일, 럭키 핀 꼽다.

럭키 덕분인가. 요즘 나 혼자 사는 집임에도 웃음소리가 난다. 침대위에서 나랑 장난친다고 껑충거리는 럭키 모습이 귀엽고, 장난친다고 내 곁에서 알짱 거리는 것을 멀리 밀어두면 얼음에서 미끌어지듯이 미끌어지면서도 나늘 보고 또 껑충거리면서 달려오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렇다.

북실북실한 털이 계속 자라 눈을 덮을 지경이 되어 임시방편으로 집에 있던 핀을 찾아서 꽂아줬다. 그리고선 사진을 찍었다. 귀여워서... 두번째 사진에 보이는 빨강 털실 공은 지인이 럭키 옷을 보내면서 같이 넣은 것인데, 직접 만든거다. 감사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직접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나의 게으름이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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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핀 5분이 못가서 빠져나갔다. 럭키가 머리를 계속 흔드는 바람에.

1.1.25. 2005년 2월 17일, 럭키 미용하다.

럭키 미용한 것은 지난달 15일 경인데, 게으른 탓에 지금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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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rmalct : 우와.. 예쁘게 미용했네요!! 늦었지만 레디카님이랑 럭키랑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 건강하세요!!! - 2005-2-27 2:09 am

1.1.26. 2005년 4월 11일, 아침 잠에 취해서 든 생각 하나.

"띠리릭 띠리릭 ~ "

"오늘 아침 뉘우스~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어쩌구 저쩌구.."

아침에 자명종이 울리거나 TV가 번쩍하면서 아침 뉴스를 알려주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럭키 녀석은 집안 어디에서 널부러져 자다가도 쏜살같이 달려와 침대에 꼬리는 빠져라 흔들고 깨끔발을 하고서 낑낑거리고 난리부루스를 추기 시작한다. 그래 이녀석아..일어난다 일어나.

한동안 내버려둬도 지칠 줄 모르는 녀석. 결국 발 하나를 잡고 약간만 끌어올려 주면 뒷발로 버둥버둥하면서 침대위로 올라온다. 그러고선 이불속으로 파고 들어가 내 몸에 지 몸을 딱~ 껌같이 붙이곤 자리를 잡는다. 하하, 작은 몸뚱이이기는 하지만 럭키의 몸은 정말 따뜻하고 포근하다. 팔과 다리로 소복히 껴안고 있으면 이 세상 어떤 것도 부럽지 않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온 이불안을 헤집고 다니다 이불을 빠져나와서는 몸을 털고, 또 헤집고 다니고.. 몇번을 그렇게 하다가 내 베게에 지 머리를 누이고 가만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이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고..하는 듯이 말이다. 아니, 마치 이 베게는 내껀데 왜 네가 베고 있냐.. 하는 듯.

그런 럭키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럭키를 키우게 된 것도 행운이지만, 럭키가 나를 만난 것도 행운이다고. 그런데, 오늘 아침은 조금 달랐다. 럭키의 행운이 내 행운보다 더 큰 것이 아닐까. 럭키가 가지고 있는 복을 내가 조금 나누어 가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나에게 오기 전까지 거리에 떠돌면서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좋은 분에게 구조되어서 병도 다 낫고, 그리고 혼자 살아가는 것에 어쩔줄을 몰라하던 나에게 오게 된 것 까지. 그게 모두 럭키 스스로의 복이 아닐까하는..

낮에 혼자 집에 있어야 해서 좀 외롭기는 하겠지만, 럭키 하나 정도는 충분히 부양할 능력이 나에게 있고, 스스로 뛰쳐나가지 않는 이상 다시 버려지는 일은 없을 것이니까.

예전에 업동이는 내치면 안된다고 했는데, 그 건 그애가 그만큼 복을 받고 태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친부모에게서 내침을 당하는 것만큼 불행한 것도 없지만, 그 한번이 평생토록 당해야 할 불행을 합쳐서 한꺼번에 받는 것이라고 하면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불행은 그만큼 적지 않을까.

역시 잠이 덜 깨니 별 희안한 생각을 다 한다.

하여튼, 럭키야... 우리 큰 집으로 이사도 가고, 돈도 많이 벌고. 그러고 살자꾸나.. 네가 뚱땡이가 되더라도 맛있는 거 많이 많이 줄께~~. 그런데, 그림이 좀 그렇다. 뚱땡이, 주인도 뚱땡이, 강쥐도 뚱땡이.. 그 거는 좀 문제다. 다시 생각 해 보자. 크흐흐~~~~

1.1.27. 2005년 9월 11일, 사과먹는 럭키

Upload:Lucky050909.gif

강아지에게 사과는 별로 좋지 않다는데, 그래도 내가 먹고 남긴 꼬댕이를 럭키는 늘 저렇게 반긴다.. 그러니 안 줄 수가 있나...

1.1.28. 2005년 9월 22일, 럭키 꼬리흔들기와 사람관계의 비교

Redica의하루하루2005 / 럭키꼬리흔들기와사람관계

1.1.29. 2005.12.18 햇살 좋은 날의 사진 한장

날이 좋아서 같이 앉아있는(잘 없는 현상이다) 둘의 모습을 담았다.

Upload:lucky&coco051218_1.gif Upload:lucky&coco051218_2.gif


See Also : 순두부라고불리는한놈, MyNameCoCo, [프리필 왕눈이의일기]새 창으로 열기, [Nomalct 눈복실양]새 창으로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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